파랑 스펙트럼
#00008B #0000CD #0000FF #00308F #003399 #0033CC #003F87 #0040FF #0047AB #0048BA #004B91 #00529B #0057AB #005AA7 #005CAF #0066CC #0066FF #0070FF #0072C6 #0077BE #007BA7 #007FFF #0080FF #0087BD #008B8B #009ACD #009BFF #00A2FF #00A5FF #00ABE8 #00B2EE #00BFFF #00C5CD #00C6FF #00CCFF #00CED1 #00D0FF #00D7FF #00D8FF #00DCFF #00E5EE #00E6D6 #00E6FF #00E7FF #00E8E8 #00EE00 #00EE76 #00EE7D #00EE76 #00F5FF #00F8FF #00FA9A #00FF00 #00FF7F #00FF80 #00FFA0 #00FFBB #00FFCC #00FFCD #00FFD8 #00FFE4 #00FFFF #19AFFF #1C1C1C #1E90FF #20B2AA #228B22 #27408B #2A52BE #2B60DE #2E8B57 #2E8BFF #2F4F4F #303030 #32CD32 #333399 #347C17 #36648B #3714D8 #383838 #3A5FCD #3CB371 #404040 #4169E1 #41A317 #436EEE #43CD80 #4682B4 #483D8B #48D1CC #4A708B #4B0082 #4D4D4D #4F4F4F #507786 #5172AF #556B2F #568.
파랑과 나의 관계는 의도가 아니었다. 어쩌다보니 내가 만드는 그래픽의 모티브들 중 80%가 파란 무언가에서 출발하고 있었고 파랑을 상징하는 것들에 몸을 담게 되곤 하였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모르던 시절 무작정 끌어모았던 것들은 하나같이 파란색이었고, 그것들은 결국 나를 상징하게 되었다.
하늘색은 태양빛이 대기 중을 통과하며 내는 짧은 파장 빛의 산란으로 파랗다. 빛은 정의되지 않는 개념이다. 따라서 자연에는 같은 파랑은 존재하지 않는다. 겨우 분간되는 파란색은 디지털 세상에서 데이터를 보존하고자 하는 효율성의 목적으로 그려지는 픽셀값으로 불린다. 이러한 코드네임은 우리가 보고 느끼는 파랑을 완벽히 대체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우리끼리 이름을 붙인 파랑이 진짜 파랑이라고 믿으며 가짜 스펙트럼 속에서 신중한 척 색을 고른다.
파랑으로 표현되는 나의 캐릭터들은 나를 대체할 수 없다. 다음 코드네임을 나로 착각하고 나와 교감하고자 하는 것은 거짓이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나를 소개할 때 편의상 가짜 스펙트럼을 제시한다. 사람은 빛의 파장만큼 복합적이라 그 어느 수단으로도 설명될 수 없기 때문에 소개는 보기 편한 것이 아무래도 좋다고 생각한다.
느슨한 소개를 위한 파랑 스펙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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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진 답이 없는 디자인을 대하며 혼란스러웠을 때 타입디자인은 유일하게 원칙이 있는 분야였다. ‘보기 좋지 않다’에 객관적인 기준이 있는 타입디자인의 이성적인 평온함이 마음에 들었다. 글을 담는 서체와 정보의 그릇인 코딩은 서로 닮았다. 라틴알파벳으로 코딩을 하기 위해서는 모노타입, 글리프 간 확연한 구분이란 특수한 사용성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특수한 디자인이 있지만 한글은 이미 고정폭이기 때문에 디자인적 특수성이 필요하지 않다. 요란하게 치장한 라틴 모노타입 옆 따로 노는 담백한 한글을 보고 있자니 왜 저런 구색을 맞추려는 시도조차 아무도 하지 않을까하는 의문이 들었다.
오르빗은 라틴 모노타입의 옷을 빌려 입은 모노타입스타일 한글 서체이다. 안 입던 옷을 입혀줬으니 좀처럼 접해보지 않은 색도 씌워주고 싶었다. 오직 디지털에서만 구현할 수 있는 차갑고 인공적인 #0000FF는 그렇게 오르빗의 대표색이 되었다. 오르빗으로 인해 나를 보며 새파란색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아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오르빗은 이르면 올해 여름 Google Font에서 다운이 가능하다. 더욱 많은 사람들이 웹사이트에 쉽게 오르빗을 입히면 좋겠다. (사실 코딩에서의 구글폰트의 중요성을 이 수업을 통해 알게 되었다. 웹사이트에서 더 많아질 오르빗 사용 빈도를 슬그머니 기대 중이다.)
#0640CE
홍익대학교 시각디자인과는 학술 소모임 문화가 활발한 편이다. 총 8개의 학술소모임이 있으며 동종 분야에 진출하길 희망하는 학생들이 모여 자발적으로 스터디를 하고 정기 전시를 개최한다. 각각의 소모임 성격이 확연히 다른만큼 상징 컬러도 다르게 사용한다. 나는 몇 년간 시각환경디자인 소모임-브랜딩, UXUI, 서비스 디자인을 아우른다-HYPHEN에서 활동 중이다. 우연찮게도 이 소모임의 상징색 또한 파랑이고 2022년도에 소모임 회장을 맡으며 파랑은 또 한번 내 대외적인 대표색이 되고말았다.
삼성전자, 토스 등 사용자와의 신뢰를 약속하는 서비스 기업 중 파랑을 상징색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여기서는 파랑이 주는 심상에 대해 알아보면 그들이 파랑을 선택하는 이유와 함께 우리 소모임이 지향하는 바를 이해하기 쉽다. 파란색은 대개 안정적이고 신뢰성 있는 이미지를 전달하는 데 사용되며 안정성, 신뢰, 진실성, 지혜, 전략 등과 관련된 이미지를 전달하는 데 적합하다고 여겨진다. 또한 파란색은 뇌파를 진정시키는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러한 효과는 고객들이 서비스 기업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사용할 때 느끼는 긴장을 풀어주고, 안정감을 높여줄 수 있다.
모든 작업이 팀 프로젝트로 서로에 대한 믿음이 중요하고 선배들과의 교류가 최대 이점으로 작용하는 하이픈에서 파란색을 사용하는 것은 필연적이다. 구성원간의 신뢰를 넘어서 소모임이 지향하는 방향을 단단하게 설계하고 나아가는 행위는 기업의 서비스가 사용자로부터 신뢰감을 쌓는 것의 출발점이라고 생각한다.
#156DD3
우리 가족은 파란 눈이 예쁜 고양이, 루이와 함께하고 있다. 4년 전 아빠가 루이 아빠의 파란 눈에 반하신 덕분에 루이는 우리 가족이 되었다. 루이의 눈은 구슬같다. 고요한 파란 세계를 담고 있는 스노우볼같다. 단순히 감각 기관을 넘어서 새로운 차원으로 넘어가는 문처럼 보인다. 매일 호기심을 쫓는 파랗고 동그란 루이의 눈을 보며 그 눈 속에 누워 루이가 보는 세상을 관람하는 상상을 하곤 한다.
루이가 속하는 렉돌(ragdoll)의 눈이 파란색인 까닭은 눈에 적출성 결함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눈동자에는 색소 세포가 있어 빛을 흡수하고 반사하는데, 적출성 결함은 색소 세포의 수가 적어져 빛을 덜 흡수하기 때문에 눈의 색이 파란색으로 보이게 된다. 다행히도 이러한 결함은 고양이의 시력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연한 색조의 털과 함께 부드러운 파란 눈은 아름다움을 자아낸다. 가끔 성스럽게도 느껴진다.
실제로 파랑은 성경에서 하늘의 색으로 언급되어 있기 때문에 그리스도교에서는 하느님과의 교감, 광명과 진리, 그리고 성스러운 것들을 상징하는 색으로 여겨진다고 한다. 성직자의 옷도 파란색으로 입는 전통이 있다. 성경에서는 마리아, 예수님의 어머니가 파란색으로 입혀진다는 예언도 있었다고 한다. 그렇다, 나의 가치관에서 루이는 세상을 담은 성스러운 눈을 가진 신이다. 모든 고양이는 신이다.
#2A8CFF
좋아하는 심상들이 푸른 빛으로 귀결되는 것으로 내가 파란색을 좋아한다고 표현해도 될지 의문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서늘하게 반짝이는 것들을 좋아한다. 잘 닦인 금속이나 유리, 새파랗게 뜬 달, 그와 연관된 여러 서늘한 설화들이 해당한다.
반짝이는 것들이 푸른 색을 띠는 이유는 표면에 있는 미세한 입자들이 빛을 반사하는 과정에서 파장이 짧으며 많은 에너지를 가지고 있는 푸른색 빛을 가장 강하게 반사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파랑이 파장이 짧기 때문에 대기 중의 구름에 달빛이 산란될 때에도 우리 눈에 파란 빛이 많이 도달한다. 파란빛이 쨍하도록 많이 도달되면 블루문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그리스 신화에서 달의 여신 셀레네(Celene)가 인생의 마지막에 달을 푸르게 바꾸는 특별한 헌신을 받은 것을 통해 달이 푸르게 빛나는 현상인 블루문을 볼 수 있게 되었다는 전설이 있다. 셀레네는 세상을 떠난 사랑하는 이를 위해 그가 가져온 금속을 달에 던졌다고 한다. 따라서 그리스 신화에서는 반짝이는 쇠를 셀레네의 물건이라고 부르며 이로 인해 달이 시리게 푸른 월광을 내뿜는 것으로 보여진다고 한다.
달을 상징하는 신은 두 명이 있는데, 셀레네는 달을 표현하는 신으로 달빛을 상징한다면 아르테미스는 사냥과 자연을 통제하는 여신으로 묘사된다. 순수함, 창조성, 인간성, 단호함, 정의로움, 이성적 등 아르테미스가 상징하는 힘과 심상을 아끼기 때문에 달을 좋아한다. 덩달아 밤이 무서우면 달을 사랑하라는 문장도 좋아한다. 연관되는 심상들 때문에 달을 파랑으로 생각하게 된 듯하다. 내가 고르는 모든 선택지들에 파랑이 묻어있다고 봐도 되지 않을까 한다.
탐구 과정에서 새롭게 찾아낸
짧고 느슨한 파랑 스펙트럼
#B7D5F8
옷장 한 칸의 40% 지분을 차지하는 청바지를 발견했다.
연청색 오버롤 3개도 추가로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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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랑은 안정성을 상징한다. 나는 안정적으로 살고자 한다.
탐구 과정에서 새롭게 찾아낸
짧고 느슨한 파랑 스펙트럼
#316196
Tarika Blue 라는 밴드의 음악을 즐겨듣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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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랑은 고독하지만 이성적이고 우울하지만 신비로운 분위기를 낸다.
나는 이런 멜랑꼴리한 분위기를 좋아한다.
탐구 과정에서 새롭게 찾아낸
짧고 느슨한 파랑 스펙트럼 #354E7E
미드나잇 매트 딥 네이비 블루 아이쉐도우가 생각보다 경쟁력있어 보인다.
언젠가는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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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랑은 독창적이면서 창조적이다.
독창성과 창조성은 나에게 중요한 지분을 차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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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파랑은 생각보다 비자발적으로 입혀진 색이었다. 나를 소개할 수 있는 단서들을 가진 색이지만 그것이 나에 대한 진정성있는 소개인지는 판단하기 어려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롭게 찾아낸 작고 사소한 접점들도 있었고 파랑을 통해 맺어진 관계들을 다시 생각해볼 수 있었다. 이 작은 접점들은 모여서 새로운 스펙트럼을 구성하기도 하고, 기존에 느슨하게 분산되어있던 스펙트럼을 견고하게 연결해주기도 한다. 내가 비자발적이고 느슨한 소개였다면, 자발적으로 발품을 팔아가며 접점들을 모으는 사람들이 궁금해졌다. A친구는 '핑크는 곧 나'라고 주장할 정도로 핑크에 집착한다. 집착하는 그 색상에 정말 단 한 순간의 타의도 없었다면 자신을 상징하고 소개하는 색이라고 조목조목 근거를 가져올 수 있을까? 이 지점이 문득 궁금해졌다.
왜 보라색을 두르고 다니시나요?
당신은 보라색으로 자신의 무엇을 상징하나요?
다른 이가 당신을 '파랑'으로 정의한다면 어떻게 반박하실건가요?